이글루스 | 로그인  


과학도서 추천 릴레이

http://basil83.egloos.com/4890390
http://lovos.egloos.com/2271423
http://liberatio.kr/2009/03/903/
http://www.nanael.net/396

과학도서 추천 릴레이의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래서 과학도서 세 권을 추천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교양과학도서 덕후인 것은 제 주변 사람 몇몇만 알고 별로 없지요. 제 교양과학책 사랑은 남달라서, 교양과학책만을 한우충동 오거서만큼 읽었다고 떠벌리고 다니시는 그야말로 나름 유명하신 디씨 과갤의 꾸준글러 '교양과학'이란 분이 있는데, 이분과 키배떠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자신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제가 모기불과 같은 책 안 읽은 티 막 내고 다니는 무식이 철철 넘치는 녀석들한테 책 좀 읽으라고 강조하는 거고요.

좀 더 유익하고 특이한 선정을 위해서 제 자신만의 선정기준을 잡아 봤습니다.

1. (적당히) 과학적일 것.

과학도서 추천하는 데 그 책이 과학적일 것은 당연한 소리지만 괄호 안에 들어간 '적당히'란 말은 말하자면 너무 과학적이지도 또 너무 비과학적이지도 않은 책을 뽑겠다는 것입니다. 너무 비과학적이지도 않은 책이란 건 뭐 그렇다쳐도 너무 과학적이지도 않은 책이란 건 이런 겁니다. 과거 연구들을 참조해서 사람이름과 년도를 나열만 하는 교과서같은 책, 물리학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이공계생만 알아들을 수식을 존나 들이대는 책, 저자가 너무나도 슈퍼과학자인 나머지 이론중심적이고 저자 말고는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을 분야를 말하는 그런 책 말입니다. 이런 책은 전공 교과서로서는 성공적일지 몰라도 교양과학책으로서는 아닌 것이죠.

2. 환상적일 것.

교양과학은 모름지기 읽으면서 소설과도 같은 박진감과 스펙터클함을, 때로는 눈물까지 짓게 만들 정도의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교양과학책의 역할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에요. '재미있는'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입니다. 재미가 없는 책은 전공자들이 다 읽어줍니다. 우린 그런 재미없는 지식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3. 학제적일 것.

물리니 생물이니 지구과학이니 하는 분류는 근대 과학의 발상입니다. 그걸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는 건 명백한 시대착오에요.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지요. 카오스 현상을 연구하면서 목성 대적점에서 심장박동까지를 아우를 수도 있는 거고, 의식을 연구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에서부터 최신 의학 기술까지를 섭렵할 수도 있는 겁니다.

4. 철학적일 것.

말하자면 '철학적'인 거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겁니다. 우주에 대한 성찰, 인간성에 대한 고민, 학문에 대한 열정, 법칙과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 등등...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외 엮고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나의 점수 :
적당히 과학적: ★★★★
환상적: ★★★★★
학제적: ★★★★★
철학적: ★★★

빨간 책 말고도 두 번째 권(파란색)이 더 있습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라는 사람은 '괴델·에셔·바하'라는 경이적인 책을 쓴 사람이고, 공저자인 대니얼 데넷은 진화와 의식을 가지고 철학을 하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책들은 아래에 좀 더 말씀을 드리지요.

이 책의 주제는 '의식'입니다. 의식이라는 주제는 제가 단연코 말하는데 과학자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로 가장 도전적인 주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의식은 사밀성이라는 성질과 감각질이라는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과학적 방법론이 원천적으로 접근하기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과학이 의식을 설명하려고 하냐면, 분명한 현상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며, 존재한다는 틀림없는 사실을 가지고 있는 어떤 현상을 연구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들이시기 때문이죠.

책의 구성은 과거 이름난 작가들(스와니스타프 렘이나 보르헤스 등)의 SF와 환상소설들, 유명한 인지과학의 논문들(튜링의 튜링테스트나 네이글의 박쥐 논문 같은 거), 그리고 몇 편의 책의 저자들의 글이 실려 있고, 저자들의 해설이 뒤에 붙어 있는 형식입니다. 소설들 하나하나는 숨이 막힐 정도로 훌륭하며, 논문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논문들이라 (재미가 없을지언정)안읽을 수가 없으며, 특히 마지막에 실려 있는 호프스태터의 '아인슈타인=책 논증'은 정말 질질 쌉니다. 책을 덮은 후에는 바지가 촉촉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지요.


마음의 진화
대니얼 C. 데닛 지음, 이희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나의 점수 :
적당히 과학적: ★★★
환상적: ★★★
학제적: ★★★★★
철학적: ★★★★★


대니얼 데닛은 철학자이며, 서문에도 이 책은 철학책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적당히 과학적'에 별수가 적은 것은, 너무 과학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고 별로 안 과학적이어서 그런 겁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두루뭉술할지언정 생물과 진화와 지능과 의식에 대한 충분히 과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넣었습니다.

이 책의 큰 주제는, 말하자면 제목 그대로 '마음'이 어떻게 '진화'하였는가입니다. 철학적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진화론을 연구한 선대 연구자들의 참고논문을 무차별 싸이트하는 식이 아니고, '지향성'이나 '생산과 검증의 탑'과 같은 데닛만의 독특한 이론을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철학책 치고는 매우 쉽고(사실 데닛은 쉬운 책을 쓰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두께도 얼마 안 되죠. 뭐 양 얼마 안 되는게 자랑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사실 데닛의 책 가운데 더 유명한 책들(Consciousness Explained, Darwin's Dangerous Idea)같은 책이 있지만 번역이 안 되어 있습니다. 저도 사놓고 안 읽어서 책이 누래지고 있지요. 글쎄 뭐 이 책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으니까 영어 좀 되시는 분은 읽어보시죠.

황제의 새마음 -상
로저 펜로즈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나의 점수 :
적당히 과학적: ★★
환상적: ★★★★★
학제적: ★★★
철학적: ★★★★


두 권짜리 책입니다. 로저 펜로즈는 원래는 유명한 수리물리학자고 펜로즈의 타일이나 펜로즈의 삼각형 처럼 자기 이름이 붙은 뭔가그런 거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 이 사람이 '마음'에 대해 뭔가 썼다고 한데, 말하자면 양자역학의 마스코트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에서 뭔가 께름찍한 바로 그 부분을 의식의 신비를 통해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양자역학의 신비도 풀고 의식의 신비도 풀고) 그런 시도로 출발한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건대 이 책은 양자역학+심리학의 학제적 주제 되겠습니다(안타깝게도 이 사람의 심리학 지식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만). 수학(괴델), 컴퓨터과학(튜링)에서부터 시작되는 논의는 지 전공분야인 물리학을 휘몰아치면서 양자역학의 부분인 바로 그 지점을 향해 갑니다. 거의 소설을 써내려가는 식으로 양자역학과 우주론의 통합 이론인 뭔가의 이론에 대해 막 설명을 하는데, 그게 바로 마음의 신비이며, 슈뢰딩거 고양이의 생사를 결정짓는 의식의 관측이 바로 이것이고, 우리가 의식에 대해서 아무리 파고들어도 아직까지 모르겠는 그 이유가 바로 양자역학과 우주론의 통합 이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허황된 소설을 읽는 기분인데, 이게 그 유명한 로저 펜로즈라니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거 참 난감한 책 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튜링머신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잘 되어 있고, 고전역학과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따위의 물리학 이론을 나름대로 재밌게 설명해 놓았습니다(수식이 쪼끔 많긴 합니다). 한가지 유념하실 점은, 현재의 의식 연구자들은 이런 양자역학 이론 따위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왕따죠. 그도 그럴 것이, 나오지도 않은 물리학 통합 이론이 진리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밖에 추천하고 싶은 책

사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발번역이라던가, 너무 유명해서 추천할 가치도 없는 책들입니다. 그건 바로 '이기적 유전자'와 '괴델·에셔·바흐'죠. 제가 사실 도킨스라면 껌벅 죽는 도킨스 빠돌이인데, 이기적 유전자는 이거 뭐 추천해봤자 주둥이만 아플 정도로 유명한 책이라 걍 뺐습니다. 게다가 번역에 대해서 징징대는 놈들이 많아서요. 뭐 전 번역 별로 신경 안 쓰고 읽었습니다. 이 책으로 말씀드리자면, 마치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기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 낸 책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점은, 그것이 정말로 진실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죠.

괴델·에셔·바흐는 위에서 말씀드린 호프스태터의 책입니다. 이 책도 매우 유명한데 유명한 이유중에 발번역이 30%는 차지할 겁니다. 그만큼 번역에 대해서 욕을 많이 먹기로 정평이 나 있죠. 안타깝게도 원서 자체도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괴델의 그 이론을 설명하려니 수식이 난무할 수밖에 없을 텐데, 뭐 어쨌든 그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번역본을 읽고 제대로 이해했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아 물론 저는 번역본으로 읽고 나름대로 잘 이해했습니다(읽고 이해하는 데 35년이 걸리긴 했지만). 저도 이공계 출신인지라 영어보다 수식 읽는게 편해요.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접해본 책 중에 가장 경이롭고 신비하고 싸이코천재같은 미친 책입니다.

덧붙여 제게 바통을 넘겨 주신 잡상 님께 감사드리고요, 저도 사실 이글루스에 서식하는 일부 병신(모기불 같은)과 그밖의 소위 블로거들의 친목질 세계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이웃 블로거 같은 게 없습니다. 다음 주자 선정에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추가: 다음 타자로 브루웩님이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해요~

by 나비의일견식 | 2009/04/09 15:40 | 삶은 문화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psycheview.egloos.com/tb/228602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떠리 at 2009/04/09 19:21
호오 1번은 읽고싶네요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4/10 00:33
학교서 독서모임을 열고 있는데, 실라버스를 짤 때 예전에 올리셨던 DC 교양도서 소개에서 도움을 받았었어요..^^ 이런 추천릴레이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풍요로워지네요. (웃음)
Commented by 진하 at 2009/04/13 03:55
형 35년이나 걸렸어요?ㅎㅎ
Commented by 나비의일견식 at 2009/04/14 11:22
짱이지.
Commented by 브루웩 at 2009/04/17 09:52
추천 릴레이 글 올렸습니다.
좀 늦었네요...ㅎ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