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할배가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간지고, 둘째는 츤데레다.
1. 간지에 대해서
원래 간지란 보수주의의 상징이며, 말하자면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예비역 장성 군복과 같은 것이다. 니뽄간지 따위는 간지 축에도 들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되면서도 뻔떡뻔떡한 그랜 토리노 같은 것,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입는 군복과 훈장 같은 것이다. 시부야 게이들이 삐쩍 마른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체인이나 모조 계급장 같은 건 짝퉁 혹은 시뮬라시옹에 불과하다. 훈장과 계급장의 간지란 것은 정말로 나라를 지켜내고 얻어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람 몇 죽여본 처절한 기억과 함께 국가에 대한 거룩한 애정과 충성도가 있어야 근육질 우락부락한 몸에 군복간지가 피어난다.
그러니까 감독님은 바로 그 간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랜 토리노로 대변되는 겉모습의 간지와 함께 흑인 갱스터 몇 마리들에게 전혀 쫄지 않고 개길 수 있는 마음상태를 갖춘 진정한 폭풍간지.
2. 츤데레에 대해서
그렇다. 중요한 건 마음상태다. 우리의 구동림 옹은 자칭 진보니 패션이니 깝죽대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계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츤데레'다. 츤데레적 요소가 빠지면 그의 간지는 마지막 벽돌을 쌓지 못해 와르르 무너진 아치와 같도다.
동양놈 이태리놈 깜둥이놈 다 씨부리고 다니면서도 마지못한 듯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펼치시는 그의 마음가짐. 그 츤데레적 간지! 그것이야말로 겉멋만 잔뜩 든 우리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것이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단지, 인종에 대한 개그를 하며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그에게 '꼴통 국수주의자'란 오명을 씌우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인종 개그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진정 쿨한 간지남이라서 사람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며, 자신이 남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그것밖에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사람들간의 대화의 비법을 터득해 인종에 관한 그의 재미없는 개그를 하지 않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말솜씨로 얌얌이한테 작업을 걸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는 그 시점에서 폭풍간지남에서 찌질한 찝쩍노인으로 추락해 버리고 만다. 그의 그 거칠고 보수적인 말투 하나하나가 그의 간지를 완성시켜 나가는 핵심 요소이며, 더욱이 그 안에 숨겨진 인간에 대한 츤데레적 애정이야말로 그 간지의 화룡정점이도다.
3.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이여, 그에게 배울지니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뭐나라당)은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 첫 번째는 간지고, 두 번째는 츤데레다. 군복만 입는다고 간지가 아니다. 국회에서 이단옆차기를 잘 한다고 간지가 아니다. 말하자면 보편적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 애정을 츤데레적으로 표현할 약간의 양념과도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슬프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서 진정한 노년 폭풍 간지남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노 정치인의 츤데레적 싸가지를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4. 밑에부터는 스포일러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띠고 그랜 토리노를 멋지게 몰고 달려가는 테오의 모습을 비추며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수를 강간하고 간지할배를 죽인 갱들에게 테오가 또 다시 피의 복수를 할 공산이 훨씬 크다. 거듭되는 복수와 복수의 연쇄는 확실히 끊기 어려운 사슬이다. 영화의 결말인, 이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간지 할배의 잔머리는 내 생각엔 별로였던 것 같다. 희생이 너무 컸고 악인들의 처벌은 너무 약했으며, 뒷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덧글
후유소요 2009/03/22 23:44 # 답글
아니, 이거 글이 너무 재미있는데요 (웃음)
나비의일견식 2009/03/22 23:45 #
아 그래요? 반은 장난으로 쓴 글인데 후후후
조주형 2009/03/23 00:48 # 삭제 답글
전번은?
시대유감 2009/03/23 12:31 # 답글
동감입니다. 진짜 보수라면 이영감님 정도의 간지는 나와줘야죠.클린트옹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라는 것들은 너무 품위가 없습니다.
나비의일견식 2009/03/23 13:11 #
한숨만 나올 뿐이죠.
영화밸리상주객 2009/03/23 12:33 # 삭제 답글
밑에부터는 스포일러못봤습니다...포스팅 대충 읽는 버릇에 따른 자업자득OTL
나비의일견식 2009/03/23 13:11 #
컥 죄송합니다. 좀 강력하게 색깔이라도 칠해 놨어야 하는데...
LEILA 2009/03/25 01:51 # 답글
ㅋㅋ 색깔 입혀져서 저는 피할 수 있었다는..그런데, 츤데레가 무엇인가요?
V-U-U-V 2009/04/16 09:42 # 삭제 답글
간지와 츤데레. 글이 굉장히 재밌어서 몰래 RSS훔쳐보다가 처음으로 코멘트 다네요.음 마지막 간지 할배의 선택이 공감이 가는게,
간지 할배는 보수주의자인만큼 정부 시스템에 신의를 갖고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교도소 = 교화 라고 당연히 믿고 있는 거죠
뭐 아무튼 나는 언제 저런 할배를 만날까하는 영화였습니다.
나비의일견식 2009/04/17 15:44 #
하긴 그렇군요. 간지 할배의 선택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었겠습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