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그 무뚝뚝한 표정이 허물어졌다. 내심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정말로 대단한 악기 수집가인듯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세상에 몇 대 없을 명품 바이올린을 비롯해, 먼지하나 묻지 않게 잘 닦여진 그랜드 피아노와,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일렉트릭 기타들이 벽에 주렁주렁 걸려 있고, 물론 컴퓨터에 연결된 수천만원짜리 신디사이저는 기본, 오쿨렐레라든가 팀발레스라든가 시타르라든가 하는 이국적인 악기들, 아 물론 방의 구석엔 번쩍거리는 더블베이스 드럼세트까지.
수집가가 말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야, 창고엔 딴 것들도 많아. 여기 있는 건 전시용이고, 특별히 비싼 것만 모아 놨지. 어때? 내 수집품들 괜찮아 보이나?”
천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현란한 손가락 놀림으로 복잡한 재즈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절 여기에 데려오신 이유가 뭐죠?”
천재가 수집가에게 물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프리에 가까운 전위적인 텐션 코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수집가가 말했다.
“자넨 말이야, 이것들을 좀 이용해 주었으면 해. 짐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소질이 없는 것 같아. 난 단지 수집가일 뿐이라고. 보라고. 악기에 때가 하나도 묻어 있지 않잖나. 이 악기들은 썩히기엔 너무 값비싸. 자네가 이것들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게.”
“그 후엔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재즈 음반을 만드는 거지. 할 수 있겠나?”
천재는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랬다. 그는 이 세상에서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불세출의 천재. 그가 처음 만져보는 종류의 악기라도 1분도 안되어 5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 이상의 실력으로 연주해 낸다는 슈퍼 초 울트라 천재 연주자. 하지만 돈도 없고 집도 없어 항상 남의 싸구려 악기를 빌려 연주를 한다는 떠돌이 음악가. 천재라는 소리를 몇십 년째 들으며 살아도 레코딩에 관심조차 없어 지금껏 변변한 앨범 하나 내지 않았던 음악계의 방랑자.
그가 이제 곧 녹음을 시작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재즈 음반을.
수집가가 말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야, 창고엔 딴 것들도 많아. 여기 있는 건 전시용이고, 특별히 비싼 것만 모아 놨지. 어때? 내 수집품들 괜찮아 보이나?”
천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현란한 손가락 놀림으로 복잡한 재즈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절 여기에 데려오신 이유가 뭐죠?”
천재가 수집가에게 물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프리에 가까운 전위적인 텐션 코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수집가가 말했다.
“자넨 말이야, 이것들을 좀 이용해 주었으면 해. 짐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소질이 없는 것 같아. 난 단지 수집가일 뿐이라고. 보라고. 악기에 때가 하나도 묻어 있지 않잖나. 이 악기들은 썩히기엔 너무 값비싸. 자네가 이것들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게.”
“그 후엔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재즈 음반을 만드는 거지. 할 수 있겠나?”
천재는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랬다. 그는 이 세상에서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불세출의 천재. 그가 처음 만져보는 종류의 악기라도 1분도 안되어 5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 이상의 실력으로 연주해 낸다는 슈퍼 초 울트라 천재 연주자. 하지만 돈도 없고 집도 없어 항상 남의 싸구려 악기를 빌려 연주를 한다는 떠돌이 음악가. 천재라는 소리를 몇십 년째 들으며 살아도 레코딩에 관심조차 없어 지금껏 변변한 앨범 하나 내지 않았던 음악계의 방랑자.
그가 이제 곧 녹음을 시작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재즈 음반을.




덧글
2009/02/07 02:0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나비의일견식 2009/02/07 10:56 #
방명록이 있긴 있는데요, 뭐 아무도 이용을 안하고 후유소요님처럼 댓글을 다시더라고요. 뭐 저야 상관없습니다만.질문에 대해서,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네. 대중들에게 (과학)지식을 설파할 기회를 막는다면, (그 틀어막는 입이 과학자의 입이든, 공학자의 입이든, 정치가의 입이든, 미디어의 입이든간에) 그것은 전체주의 아닌가요? 칼 포퍼의 '열린 사회'가 생각나는군요. 진리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요.
정작 중요한 건, 과학적 지식의 알 권리를 막느냐 마느냐 한 것보다는, 그것이 대중에게 제대로 수용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현재 대한민국의 우리에게는) 더 중요할 것 같아요. 21세기의 지식이 대중에게 깊은 수준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잖아요? 양자역학, 경제학 법칙, 뇌과학과 심지어 그 쉽다는 진화론마저도.
후유소요 2009/02/07 16:26 # 답글
막는다와 보류한다는.. 정치적으로 사용한다면 유사한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전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러니까 보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알리는 것을 뒤로 미룬다는 의미가 될 거예요.대중에게 제대로 수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은 모든 사람이 지식에 대해 전문가적인 이해를 갖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혹은 과학의 영향을 받은 기술이나 사상을 사회에 적용시킬 때 곡해될 소지가 높다는 말일까요.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위의 말씀을 드리면서 의도한 건 후자여서요. 진화심리학, 사회생물학, 행동유전학, 생명공학 분야가 다양한 분야의 과학이 수렴하는(혹은 하려고 하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듯싶은데, 이 분야들의 최근 패러다임이 환경보다는 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잖아요?
인간의 어떤 것이 타고난 것이며 환경으로도 극복될 수 없다, 는 주장이 과학적인 사실로 증명될 때, 그 사실을 사회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많이 달라지겠지요... 팩트와 팩트의 적용은 전혀 다르다, 라고 주장하는 과학자의 말은 올바르지만 나이브한 구석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것과 저것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건 아니니. 당장 인터넷 악플만 봐도 사람이 얼마나 쉽게 팩트를 자기 멋대로 적용해 편견을 일삼는지, 알 수 있잖아요..?
저는 알 권리를 막을 수도 없거니와 막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민감한 사실'들이 기어코 사실로 증명된다면, 너무 빨리 공개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지는 건 사실이네요. 핵물리학자들이 히로시마의 50만명을 죽이기 위한 의도로 핵 연구를 했던 건 아닐 거예요.
'보류'라는 말은 궁리 끝에 떠올린 단어였지요. 막을 수는 없는데, 전면화되었을 때 사람의 삶과 관습과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그것도 나쁜 쪽으로) 끼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했지만 딱히 털어놓을 만한 대상이 없었어요. 그러다 여기가 생각나서. 이렇게 긴 말을 적어 보네요..^^ 그냥 견해를 듣고 싶어서.
P.s. 역시 제 표현력이 부족한 건가 봐요. 한 큐에 의도한 바를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좀 있어서..
나비의일견식 2009/02/11 00:27 #
음 그렇군요. 제가 잘못 이해했네요.어쨌든 제 생각은 과학적 사실을 사실로서 널리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대중에게 곡해될 소지를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여 없애도록 노력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을 굳이 숨길 필요까진 없다 입니다. 말하자면, 과학적 사실들을 인정할 줄 아는 가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여서, 어느 누구도 이 가치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거거든요(심지어 사회가 그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사회가 뭔가 사단이 난다 할지라도)
그리고 저를 비롯한 과학자들과, 과학평론가들과, 사회학자들은 그 과학적 사실이 투명하고 진실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여 대중을 가르치도록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이 중요해 지겠지요. 의무교육 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교육 또한 동반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가능할지요. 너무 대중을 무지하게 보는 엘리트주의에 빠진 것 같기도 한데,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중들이 좀 뼈저리게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