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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무지개를 사랑한 소년

무지개를 사랑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무지개의 생각만 했다. 무지개만을 너무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지개의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자기의 머리 속에 담으려 하였다. 그 소년은 무지개를 뜻하는 전세계의 서로 다른 단어들을 수집했다. 각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무지개에 얽힌 신화들을 읽었다. 무지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들을 공부했다. 과거에 자신과 같이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반한 시인들이 읊었던 시들을 암송했다.

그래도 그의 무지개에 대한 욕심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무지개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지개와 같은 소녀를 만났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담고 있는 무지개와 같이 찬란했고, 그녀의 내면은 무지개가 담고 있는 스펙트럼과 그 색에 대한 감각과도 같이 다채로왔다.

소년은 소녀를 차지하기로 결심했으며, 결국 소녀도 그 소년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엔 소년은 소녀의 '무지개적인' 면을 좋아하여 소녀를 좋아하였으나, 차츰 소녀의 특별하면서도 사소한 어떤 점, 가령 비오는 날이면 그에 따라 소녀의 기분도 회색구름같이 우중충해져 버린다거나, 무지개처럼 아름답지만 소년이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보석들을 갈망한다거나 하는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런 것들까지 좋아할 수는 없었는데, 소년은 오로지 소녀의 무지개와 같은 것들만 좋아하였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불의의 사고로 보는 능력을 잃었고 소년은 이제 더 이상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슬프게도 소녀 또한 장님이 된 소년의 곁을 떠났고, 소년은 상처를 거두어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소년은 열정적으로 무지개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면서도, 또한 무지개가 아닌 다른 것들도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된 소년은 정말로 밋밋한 것, 단순한 것, 안정된 것, 잔잔한 것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의 어두운 세계에서도 그는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된 소년은 당시의 소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 때 왜 자신이 그 소녀를 무지개같다고 생각했었는지 그리고 그 소녀를 왜 사랑했었는지 도무지 그 이유가 기억나지 않았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7/17 01:23 | 나의 픽션들 | 트랙백 | 덧글(1)

스타니스와프 렘

동구권의 천재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 '솔라리스'와 '사이버리아드'가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전 데넷과 홉스태터가 같이 쓴 '이런 이게 바로 나야'라는 책에 실려 있는 렘의 단편 하나만 읽고 완벽한 빠돌이가 되어, 렘의 한국어 번역된 작품을 찾아 삼만리를 헤메었으나, 결국 한국의 빈약한 SF번역 실태(굳이 SF만이 아니지만)에 실망만 하고 돌아섰답니다. (솔라리스는 전에도 번역되어 있었지만, 뭐)

이제야 렘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웅진싱크빅의 자회사인 오멜라스에서 렘의 책들을 번역 출간하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솔라리스'와 '사이버리아드'인데요

두 책은 완전히 스타일이 다릅니다. 제가 뿅갔던 렘의 문체는 사이버리아드 쪽인데요, 솔라리스 자체도 엄청난 소설임은 틀림없습니다.

서평을 써 보자면

솔라리스

인간이 가지는 이성적 성찰, 즉 과학주의의 한계점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이 소설에서 가장 극명하게 표현됩니다. 솔라리스,그것은 인간 인식의 한계 그 자체입니다. 솔라리스라는 행성의 바다는 전일화된 생명체이며,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소설 속에서라면,우주의 어떤 생명체)도 가지지 못한 불가해한 성질들을 보입니다. 과학소설이면서도 특이하게 과학의 한계를 극명하고 노골적으로 까발려버리는 장치는 이 솔라리스의 불가해한 성질을 눈에 보일 듯이 세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그릴 줄 아는 렘의 문학적능력입니다. 소설의 압권은 이 솔라리스를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묘사한 중간부분이며, 이건 SF에 길이남는 명작영화인 타르코프스키의<솔라리스>도 표현할 수 없었던(그 때야 기술적으로 불가능했겠지만서도) 장면이고, 단지 여러분의 머리속에서나 가능한일입니다.









사이버리아드

판타스틱 6월호를 구입해 보신 분이라면 사이버리아드의 한 단편 <첫 번째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을 보셨을 겁니다. 거기서 말하듯 렘은 마치 필립 딕의 SF와 루이스 캐럴의 언어유희와 보르헤스의 포스트모던적 철학을 섞어놓은 듯한 작가입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반한 렘의 문체는 사이버리아드 쪽이었는데요, 아마제가 또 보르헤스의 빠돌이라 그랬었나 봅니다. 책표지엔 사이버리아드의 유머러스한 면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제가 느끼기엔 좀 불만입니다. 사이버리아드는 유머로 읽을 만한 책이 아닙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 웃음이 절로 나오긴 합니다. 이 웃음은 사실 웃겨서 나오는 웃음이라기보단, SF라는 장르의 문학적 효용성을 완벽히 살린 세계관과, 그 세계관 속에서 나오는 번쩍이는 섬광과도 같은 아이디어, 그리고 그걸 기가막히게 마무리해 주는 비단결과 같은 문학적 센스가 내 머릿속에서 한데 어우러져 오르가즘과도 같은 카타르시스로 인해 분출되는 미소입니다.









그리고 렘을 읽고 빠돌이가 되면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죠. “나 지금 (개나 소나 다 아는) 톨킨 읽고 있음ㅋㅋㅋ” 요거보단 “나 스타니스와프 렘 읽고 있삼” 요게 더 간지 나죠.

by 나비의일견식 | 2008/06/27 07:41 | 삶은 문화 | 트랙백 | 덧글(1)

2008 과갤러들이 추천한 이 시대의 교양과학책




드리는 말씀

2008년 3월 11일 디핑님의 제안으로 출발한 '과갤러들이 추천한 이 시대의 교양과학책'은 총 109권으로 수학·컴퓨터과학·물리학·천문학·생물학·심리학·뇌과학·과학사·과학철학 등의 분야를 총망라하는 훌륭한 목록이 되었습니다.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싶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중고등학생과, 과학분야에 종사하지 않으나 과학을 접하고 싶은 일반 교양인, 과학분야를 전공면서 다른 분야까지 넘보고 싶은 과학자들을 위한 친절한 참고목록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씨인사이드 안에서도 개념갤로 소문나 있는 과학갤러리의 수많은 과갤러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이 추천서들은 오래되고 유명한 고전부터 시작하여, 과학분야 최신의 조류를 소개하고 있는 신간서적과,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모래틈에서 보석처럼 빛나던 숨겨진 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건한 인문사회교양서들의 틈새에서 초라한 모양새로 우리를 실망시키던 각 대학교들의 순수과학 추천서들을 바라보며 한숨짓거나, 아쉬워하거나, 혹은 무시했던 우리는, 이제 '과갤러들이 추천한 이 시대의 교양과학책' 목록의 볼륨감있는 권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튼실한 기초과학의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 '과갤러들이 추천한 이 시대의 교양과학책' 목록이 번역서들의 질과 양이 유수의 선진국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빈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의 과학 교양을 높일 수 있게 해 주는 발판이 되었으면 하고까지 바라고 있습니다.


이 목록이 엄청나게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디터의 능력부족이 드러날 수도 있고, 추천자들의 수도 약간 빈약해 보일 수도 있죠. 전 이것이 최종이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이정표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이정도의 볼륨을 가진 교양과학 추천 목록은 지금까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훌륭한 추천도서 목록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며, 또 나와야 합니다. 이 목록은 그 때까지 지식과 책에 목마른 우리의 열정을 충족시켜 줄 것입니다.



이 목록을 사용하는 법

각 책들은 분야에 따라 '수학/컴퓨터과학', '물리학/천문학', '생물학/심리학/뇌과학', '과학철학/과학사/기타'로 나뉘어 있습니다. 분야를 넘나드는 책들도 많이 있으나 아쉽게도 분류의 편의성을 위해 임의적으로 한 쪽 카테고리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카테고리별로 링크를 걸어놓았으며 그 링크를 누르시면 페이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모든 책은 제목, 부제, 원제, 지은이, 출간년도(외서의 경우는 본토에서 출간된 해), 추천'인과 추천'인의 코멘트, 그리고 필요한 경우 에디터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책의 표지그림을 첨부하여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난이도를 첨부해 달라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든 책에 난이도를 언급하는 것은 에디터 개인의 역량으로도 어려운 일이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취합하기도 불가능한지라 정량화되거나 공식적인 난이도의 표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에디터의 개인적인 의견만큼은 최대한 달아드리도록 노력하였습니다. 'Editor's Comment'를 참고하시고 이 책이 어떤 책인가, 혹은 얼마나 쉬운가 어려운가에 대한 감을 잡으시되, 어디까지나 한 개인으로서의 '사적인' 느낌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타부타 지루한 말만 늘어놓았는데, 제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사랑하고 과학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에 이 작은 목록이 도움이 되신다면 저 또한 기쁘기 그지없겠습니다그려.


그림을 클릭하시면 각 분야의 추천목록으로 연결됩니다.







밑의 목록은 검색엔진에 걸리도록 텍스트로 만들어진 목록입니다.



(수학/컴퓨터과학 총 8권)
재미있는 수학여행    -    김용운·김용국    -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    Go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Douglas R. Hofstadter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Albert-Laszlo Barabasi
수학의 언어: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하는 수학    The Language of Mathematics: Making the Invisible Visible    키스 데블린    Keith Devlin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겁니다: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삶    The Man Who Loved Only Numbers : The Story of Paul Erdos and the Search for Mathematical Truth    폴 호프만    Paul Hoffman
리만 가설: 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Prime Obsession: Bernhard Riemann and the Greatest Unsolved Problem in Mathematics    존 더비셔    John Derbyshire
코드북 / 암호의 과학: 역사를 바꾼 암호, 그 암호를 통해 바라본 세계사    The Code Boo'k: The Science of Secrecy from Ancient Egypt to Quantum Cryptography    사이먼 싱    Simon Singh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Fermat's Last Theorem: The Story of a Riddle That Confounded the World's Greatest Minds for 358 Years    사이먼 싱    Simon Singh


(물리학/천문학 총 35권)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 빅뱅이론 창사자인 조지 가모브가 들려주는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이야기    Mr. Tompkins in paperback    조지 가모브    George Gamow
빅뱅    Big Bang: The Origin Of The Universe    사이먼 싱    Simon Singh
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The New Ambidextrous Universe    마틴 가드너    Martin Gardner
황제의 새 마음: 컴퓨터, 마음, 물리 법칙에 관하여    The Emperor's New Mind: Concerning Computers, Minds, and the Laws of Physics    로저 펜로즈    Roger Penrose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방정식    Five Equations That Changed the World: The Power and Poetry of Mathematics    마이클 길렌    Michael Guillen
카오스: 현대 과학의 대혁명    Chaos: Making a New Science    제임스 글리크    James Gleick
평행우주: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Parallel Worlds: A Journey Through Creation, Higher Dimensions, and the Future of the Cosmos    미치오 카쿠    Michio Kaku
소립자를 찾아서    The particle hunters    Y. 네이먼, Y 커시    Yuval Ne'eman, Yoram Kirsh
스트레인지 뷰티: 머리 겔만과 20세기 물리학의 혁명    Strange Beauty: Murray Gell-Mann and the Revolution in Twentieth-Century Physics    조지 존슨    George Johnson
오리진: 140억 년의 우주 진화    Origins: Fourteen Billion Years of Cosmic Evolution    도널드 골드스미스, 닐 디그래스 타이슨    Neil deGrasse Tyson and Donald Goldsmith
아인슈타인의 베일: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Einsteins Schleier    안톤 차일링거    Anton Zeilinger
스타트렉의 물리학/스타트렉을 넘어서    The Physics of Star Trek/Beyond Star Trek    로렌스 M. 크라우스    Lawrence M. Krauss
양자역학의 모험    What Is Quantum Mechanics?: A Physics Adventure    LEX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파동의 모험    -    박성근    -
물리법칙의 특성    Character of Physical Law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 Feynman
발견하는 즐거움    The Pleasure of Finding Things Out: The Best Short Works of Richard P. Feynman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 Feynman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QED: The Strange Theory of Light & Matter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 Feynman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 Feynman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Six Easy Pieces: Essentials of Physics Explained by Its Most Brilliant Teacher    리처드 파인만    Richard P. Feynman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Richard Feynman: A Life in Science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Mary Gribbin and John Gribbin
천재: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Genius: The Life and Science of Richard Feynman    제임스 글리크    James Gleick
코스모스    Cosmos    칼 세이건    Carl Sagan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A Vision of the Human Future in Space    칼 세이건    Carl Sagan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    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칼 세이건    Carl Sagan and Ann Druyan
에필로그: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Billions & Billions: Thoughts on Life and Death at the Brink of the Millennium    칼 세이건    Carl Sagan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우주의 구조: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The Fabric of the Cosmos: Space, Time, and the Texture of Reality    브라이언 그린    Brian Greene
엘러건트 유니버스: 초끈이론과 숨겨진 차원, 그리고 궁극의 이론을 향한 탐구 여행    The Elegant Universe: Superstrings, Hidden Dimensions, and the Quest for the Ultimate Theory    브라이언 그린    Brian Greene
최초의 3분: 우주의 기원에 관한 현대적 견해    The First Three Minutes: A Modern View of the Origin of the Universe    스티븐 와인버그    Steven Weinberg
최종 이론의 꿈: 자연의 최종 법칙을 찾아서    Dreams of a Final Theory: The Scientist's Search for the Ultimate Laws of Nature    스티븐 와인버그    Steven Weinberg
E=mc2: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공식 E=mc2의 전기    E=mc2: A Biography of the World's Most Famous Equation    데이비드 보더니스    David Bodanis
일렉트릭 유니버스: 전기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Electric Universe: The Shocking True Story of Electricity    데이비드 보더니스    David Bodanis
수학없는 물리    Conceptual Physics    폴 휴이트    Paul G. Hewitt
재미있는 물리여행    Thinking Physics: Understandable Practical Reality    폴 휴이트 & 루이스 엡스타인    Paul G. Hewitt, Lewis C. Epstein


(생물학/심리학/뇌과학 총 50권)
최초의 남자: 인류 최초의 남성 '아담'을 찾아 떠나는 유전자 오디세이    The Journey Of Man: A Genetic Odyssey    스펜서 웰스    Spencer Wells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다윈 의학의 새로운 세계    Why We Get Sick : the New Science of Darwinian Medicine    랜돌프 네스, 조지 윌리엄스    Randolph M. Nesse and Goerge C. Williams
의식의 탐구: 신경생물학적 접근    The Quest for Consciousness: A Neurobiological Approach    크리스토프 코흐    Christof Koch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 인간은 어떻게 유아화되었는가    The Eternal Child: Staying Young and the Secret of Human Success    클라이브 브롬홀    Clive Bromhall
요람 속의 과학자: 아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The Scientist in the Crib: Minds, Brains, and How Children Learn    앤드류 멜초프, 앨리슨 고프닉, 패트리샤 쿨    Alison Gopnik, Andrew N. Meltzoff, and Patricia K. Kuhl
휴머니즘의 동물학: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폭력이론을 뒤집는 동물사회의 이타적 성공전략    Tierisch Erfolgreich: Ũberlebenstrategien im Tiereich    비투스 드뢰셔    Vitus B. Droscher
심리학의 오해    How to think straight about psychology    키스 스타노비치    Keith Stanovich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and Other Clinical Tales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
에덴의 용: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칼 세이건    Carl Sagan
털없는 원숭이: 동물학적 인간론    The Naked Ape: A Zoologist's Study of the Human Animal     데즈먼드 모리스    Desmond Morris
최초의 인간 루시: 세계적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과 함께 푸는 인류의 수수께끼    Lucy: The Beginnings of Humankind    도널드 요한슨, 메이틀랜드 에디    Donald C Johanson and Maitland A Edey
특이점이 온다: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
핀치의 부리: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The Beak of the Finch: A Story of Evolution in Our Time    조나단 와이너    Jonathan Weiner
뇌의 왈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    This is Brain on Music: The Science of Human Obsession    대니얼 J. 레비틴    Danial J. Levitin
기계속의 생명: 생명의 개념을 바꾸는 새로운 생물학의 탄생     The Garden in the Machine    클라우스 에메케    Claus Emmeche
DNA 독트린: 이데올로기로서의 생물학    Doctrine of DNA    리처드 르원틴    Richard C. Lewontin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Phantoms in the Brain: Probing the Mysteries of the Human Mind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Vilayanur S. Ramachandran and Sandra Blakeslee
마지막 기회: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    Last Chance to See    더글러스 애덤스, 마크 카워다인    Douglas Adams and Mark Carwardine
메이팅 마인드: 섹스는 어떻게 인간 본성을 만들었는가?    The Mating Mind: How Sexsual Choice Shape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제프리 밀러    Geoffrey Miller
브레인 스토리: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BBC Brain Story: Unlocking Our Inner World of Emotions, Memories, Ideas and Desires    수전 그린필드    Susan A. Greenfield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fe? Mind and Matter    에르윈 슈뢰딩거    Erwin Schrodinger
식물의 역사와 신화    La Magie des Plantes    쟈크 브로스    Jacques Brosse
시냅스와 자아: 신경세포의 연결방식이 어떻게 자아를 결정하는가?    Synaptic Self: How Our Brains Become Who We Are    조지프 루드    Joseph LeDoux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    Opening Skinner's Box : Great Psychological Experiments of the Twentieth Century    로렌 슬레이터    Lauren Slater
타고난 반항아: 출생 순서, 가족 관계, 그리고 창조성    Born to Rebel: Birth Order, Family Dynamics, and Creative Lives    프랭크 설로웨이    Frank J. Sulloway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    이은희    -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찰스 다윈    Charles Darwin
인간의 유래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찰스 다윈    Charles Darwin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눈먼 시계공: 진화론은 세계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밝혀내는가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가 선사하는 세상 모든 과학의 경이로움    Unweaving the Rainbow: Science, Delusion and the Appetite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조상 이야기: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The Ancestor's Tale : A Pilgrimage to the Dawn of Life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이중나선: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The Double Helix: A Personal Account of the Discovery of the Structure of DNA    제임스 왓슨    James D. Watson
DNA: 생명의 비밀    DNA: The Secret of Life    제임스 왓슨, 앤드류 베리    James D. Watson and Andrew Berry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Wonderful Life: The Burgess Shale and the Nature of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인간에 대한 오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    The Mismeasure of Man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풀하우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Full House: The Spread of Excellence from Plato to Darwin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붉은 여왕: 인간의 성과 진화에 숨겨진 비밀    The Red Queen: Sex an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매트 리들리    Matt Ridley
이타적 유전자    The Origins of Virtue: Human Instincts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매트 리들리    Matt Ridley
게놈: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Genome: The Autobiography of a Species in 23 Chapters    매트 리들리    Matt Ridley
본성과 양육: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Nature Via Nurture: Genes, Experience, and What Makes Us Human    매트 리들리    Matt Ridley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How the Mind Works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The Language Instinct: How the Mind Creates Language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빈 서판: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The Blank Slate: The Modern Denial of Human Nature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욕망의 진화: 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    The Evolution of Desire: Strategies of Human Mating    데이비드 버스    David M. Buss
이웃집 살인마: 진화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The Murderer Next Door: Why the Mind is Designed to Kill    데이비드 버스    David M. Buss
섹스의 진화: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Why Is Sex Fun?: 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    제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제 3의 침팬지: 인류는 과연 멸망하고 말 것인가    The Third Chimpanzee: The Evolution and Future of the Human Animal    제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총, 균, 쇠: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제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과학철학/과학사/기타 총 16권)
통섭
심리철학    Philosophy of Mind    김재권    Jaegwon Kim
부분과 전체    Der Teil und das Ganze: Gespräche im Umkreis der Atomphysik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Werner Heisenberg
사회생물학과 윤리    The Expanding Circle: Ethics and Sociobiology    피터 싱어    Peter Singer
만들어진 신: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The God Delusion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    최재천·도정일    -
마음의 진화: 데니얼 데닛이 들려주는 마음의 비밀    Kinds of Minds: Toward An Understanding of Consciousness    데니얼 데닛    Daniel C. Dennett
뇌과학과 철학: 마음-뇌 통합 과학을 향하여    Neurophilosophy: Toward a'Unified Science of the Mind/Brain    패트리샤 처칠랜드    Patricia S. Churchland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토머스 쿤    Thomas S. Kuhn
회의주의자 사전    The Skeptic's Dictionary: A Collection of Strange Beliefs, Amusing Deceptions, and Dangerous Delusions    로버트 캐롤    Robert Todd Carroll
과학철학의 이해    Understanding philosophy of science    제임스 래디먼    James Ladyman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고대 전차에서 핵무기까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향한 전쟁과 과학의 어두운 공생관계    Science Goes to War: The Search for the Ultimate Weapon, from Greek Fire to Star Wars    어니스트 볼크먼    Ernest Volkman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빌 브라이스    Bill Bryson
표상하기와 개입하기: 자연과학철학의 입문적 주제들    Representing and Intervening: Introductory Topics in the Philosophy of Natural Science    이언 해킹    Ian Hacking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    한학수    -
열린사회와 그 적들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칼 포퍼    Karl Popper





돌탱님을 추모하며......

by 나비의일견식 | 2008/05/25 21:59 | 삶은 문화 | 트랙백 | 덧글(0)

59 - 어느 미래사회 이야기(1)

수억 년의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인간의 형상 그 자체도 충분히 완성된 상태라거나 안정된 상태는 아니어서, 그 내면이 표출되는 양상은 어느 환경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호모 싸피엔스'라 할지라도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은 돌도끼를 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내일 무엇을 먹을지를 주로 걱정하는 데 반해 우리 현대인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상관이 어떤 꼬장을 부릴지를 걱정한다.

다음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이며, 마찬가지로 비록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물체라 할지라도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들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21세기의 탈것과 할 것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로서는 그들을 보며 신기해할지언정 그들에 대해 걱정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그들이 단지 그들의 환경에 적응해서 얼마나 그 환경에 맞추어서 잘 반응하고 있는지만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미래엔 다수의 사람들이 이중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전문적인 말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도 하는데, 이 시대에 왜 인구의 반이 넘는 사람들이 다중 인격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어떤 명확한 증거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연구자는 그 시대 과거의 어떤 순간에 있었던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한 지구 인구의 대량 감소 때문에, 그리고 그 후에 살아남게 된 사람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흔히 PTSD라 불리는 정신적 장애)때문이라고 하며, 어떤 연구자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더 이상 유년 시절을 돔 바깥에서 보낼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가지게 된 어린 시절의 왜곡된 기억 때문이라고도 한다. 권위있는 한 바이러스 연구자는 어떤 인체에 다중 인격 장애 외에 다른 영향을 주지 끼치지 않는 뇌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의 감염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러스설 외에는 어떠한 생리학적 가설도 검증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가설들은 사회·문화적 특이성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이 많다. 어쨌든 현대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보다는 훨씬 극단적인 사회임은 확실하며, 많은 연구자들이 한 가지 영향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극단적인 여러 요소가 인간의 정신에 동시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초반에 당부했듯이,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안 된다. 점점 늘어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분명 초반엔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사회에 위협스러운 경고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유명한 의학자가 이 장애의 극단적인 여러 요소들 (예를 들면, 심한 폭력성 또는 정신불안 장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고, 그 약을 복용한 사람은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인격들이 정상인과 다름없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후로는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이중인격 장애자들을 더 이상 정신질환자로 보지 말자는 사회운동이 일어났고, 정치적인 합의를 거쳐서 어느 시점으로부터 이제는 더 이상 이중인격 장애자들을 '환자'로 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 간의 인식 역시 그에 맞춰서 점점 변화되어 왔으며, 이제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다중 인격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실제로, 단일 인격자와 다중 인격자와의 행복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회심리학적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그래서 미래의 사회는 인구의 반이 넘는 다중 인격을 가진 사람이 어느 날 아침에는 인격 A로, 다음날 아침에는 인격 B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여러 재미있는 사회적 합의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중인격자에 대한 사회적 평등 운동이 한창 부흥하고 있던 어느 시기에, 이중인격을 소유하고 있는 남성과 결혼한 어떤 여성은 자신이 그 남성의 '한 인격'과만 결혼했고, 다른 인격과는 결혼하지 않았음을 주장했고,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두 인격은 서로 다른 법적 혹은 경제적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정 판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 후로 수없이 많은 재산권과 법적 책임에 대한 분쟁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한 몸을 공유한 두 인격 중 어떤 이는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청소년기 이후로 발생된 제 2의 인격은 그 유산을 상속받지 못했다. 두 인격은 결국 '왕자'와 '거지'로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에서라도 이 경우는 극단적인 케이스에 속하고, 보통은 같은 육체 안에 들어있는 두 인격 간에는 합의에 따라 같은 경제적 자원과 인간관계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연애 또는 결혼에 대한 관계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한 육체와 한 육체간의 정상적인 연애 또는 결혼을 하지만(비록 둘 중 한 명 또는 둘 다 다중인격자라 할지라도), 위의 경우처럼 간혹 가다가 상대방의 인격 중 한 명과만 결혼생활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먼저 살펴보았듯이, 법적 판결은 그 주장을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다. 우리가 보기엔 이들의 결혼생활이 매우 험난해 보이겠지만, 사실상 절차적으로 그리고 심정적으로 합의만 충분히 되어 있다면 그들 사이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한 인격과의 결혼만이 인정된 커플의 경우, 결혼하지 않은 인격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과 연애 혹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여자가 한 명의 남자(그러니까 사실 한 명의 남자 안의 두 명의 인격)를 공유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경우도 존재한다. 한 남자 안에서 새로운 인격이 생성되었는데, 두 인격 모두 동성애자였으며, 그들은 여러 번의 연애를 걸쳐 결국 그들 사이의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맺어지게 되었다. 이들의 연애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나로서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은 뇌수술을 통해 인격 발화 주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뇌에 연결된 버튼으로 빠른 주기로 인격을 바꾸어 가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대화를 한다고 한다. 육체적인 욕구(섹스에 관한 것들)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은 결국 이차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몸의 절반씩을 서로 맡아 놓고, 한 인격이 왼손으로 오른쪽 몸을 애무하거나 아니면 한쪽 인격으로만 전적으로 소유된 성기를 애무하거나 하는 식으로 섹스를 한다고 한다.




에이 쓰기 싫어씨발다음에 쓸래

by 나비의일견식 | 2008/05/13 02:21 | 나의 픽션들 | 트랙백 | 덧글(0)

[도서] 피터 싱어, 짐 메이슨 - 죽음의 밥상


인터넷엔 가끔씩 '개고기'의 찬반에 대한 이슈가 기사의 형태로 제시되고, 거기에 여러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린다. 보통 패턴은 이렇다. 기사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 또는 애견인들의 시위에 대한 내용이고, 댓글은 그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또한 비판성 댓글의 주류는 '개만 동물이냐', '그렇다면 불쌍한 돼지나 소는 왜 먹냐' 는 식으로, 왜 그들은 다른 식용동물들의 권리는 주장하지 않으면서 유독 개의 권리만을 옹호하는지를 반문하는 글이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상추도 불쌍하다, 콩나물도 불쌍하다'는 식으로 억지춘향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사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선 정말로 소나 돼지를 먹지 않는 소위 '채식주의자'여야만 한다. 저녁때 쏘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고 와서 '불쌍한 돼지는 먹어도 되고, 왜 개는 먹으면 안 되냐?'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건 당연한 건데, 개고기를 먹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열혈 네티즌 중에 진짜로 소와 돼지를 먹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돼지와 소를 먹으면서 개까지 먹고 싶은 사람들은, '돼지와 소가 불쌍하다'는 식의 발언을 삼가야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아니면 정말로 채식주의를 하던지.

우리가 무언가 윤리적인 문제를 주장할 때, 우리는 당연히 그 주장에 모순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의 무게는 천금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올바른 삶은 까마득히 높은 나무 위의 열매이다. 떳떳하고 훌륭하게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우린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고, 찾아다니면서 깨우쳐야 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동안 우리의 밥상에서는 고통스럽게 죽어간 돼지와 소와 닭이 (어떨 때는 개가) 올려져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 긍휼히 여기는 것이 시작일지언정, 이것이 다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과 피를 나눈 가족 친지만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같은 나라 사람만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같은 인종만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종족인 '인간'만을 생각한다. 전부 다 잘못되었다. 말하자면 윤리적 명제에 대한 기준이 결여되었다. 왜 누구는 불쌍히 여기고 누구는 불쌍히 여기지 않아도 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왜 그들은 '불쌍히 여김'에서 소외되었는지에 대한 정당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람들의 주장도 삼겹살을 좋아하면서 돼지를 불쌍히 여기는 네티즌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뜬구름에 불과하다.

'갈은 인간(혹은 가족, 나라, 민족, 인종)이니까'라는 생각은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그것보다도 더 깊은 수준의 기준이 필요하다. '고통'이라는 기준은 훌륭하다. 고통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말 나쁜 것이다. '환경'이라는 기준도 매우 좋다. 환경이 나빠져 우리의 후손들이 살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쁘다. 명확한 기준은 단순히 '누군가를 불쌍히 여겨, 그를 괴롭히거나 심지어 죽이는 것은 나쁘다'라는 단순한 관념에서 더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불쌍히 여기는 누군가에 대한 집합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 후로는 당연히 지킬 일만이 남았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 존재하지 않도록 고기를 먹지 않는 것. 누군가가 고통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상품을 정당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 환경을 파괴하는 공장식 농장을 반대하여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선 많은 고난과 열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할 것은 해야 한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왜 잘못된 일에, 하면 안 되는 일들에 눈을 피하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책에 제시한 '양심적인 잡식주의자'의 삶을 살아도 좋다. 이 방식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 확실히 더 도움이 된다. '완벽한 채식주의'를 지키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하다가 말면 그것이 더 손해다. 책의 말미에 제시된 대로, 엄격한 윤리주의자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허용하는 수준에서 적당한 선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윤리적 삶을 살겠다고 하는 의지' 그 자체이다.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서 말이다. 그래야만 한 줄의 양심적인 댓글을 달 자격이 생긴다. 우리는 종교적 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이런 것에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다. 책에 소개된 '프리건'이라는 신념에 대해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윤리적 신념에 따라 쓰레기에 버려진 식품들을 주워 먹는다. 그들은 식품에 잠재되어 있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반대하고, 돈을 지불하고 비윤리적인 상품을 사는 대신 아예 그런 상품을 거부하는 쪽에 선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일단 채식주의 자체가 그것을 배우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나 혼자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 하나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과연 몇 마리의 돼지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있겠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을 주장하고 싶다. 역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양심적으로 떳떳한 삶을 사는가다. 내 생활방식이 이 세상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한 줄의 떳떳한 댓글을 달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삶이 양심적이라면, 그것은 내게 있어서 정말로 좋은 것이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5/12 00:24 | 삶은 문화 | 트랙백 | 덧글(0)

[도서]무지개를 풀며 - 리처드 도킨스

이번에 '무지개를 풀며'를 출판하면서 출판사가 제공한 소갯말의 첫머리이다.

'<이기적 유전자>(1976)를 시작으로 펴내는 책마다 전 세계의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적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

세상에, 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뭘 잘못 먹어도 한참 잘못 먹은 듯. 리처드 도킨스가 왜 '문제적 과학자'인가? 논쟁적 과학자라던가(실제로 그의 책들은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했으니까), 파격적인 과학이론의 창시자라던가, 뭐 하여간 좀 좋은 말이 더 많았을 텐데.

도킨스의 과학은 '문제적 과학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라거나 특이하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과학이 가야할 정도'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몇 안되는 과학자이고, 그가 과학자인 것은 그의 과학이 문제적이라던가 해서가 아니고, 과학의 역사에서 위대한 과학이론이 보여주던 전형성에 그대로 들어맞는 '전형적인 과학'이기 때문이다.

위의 내 표현에 이상함을 느꼈는가?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도킨스를 '파격적인 과학이론의 창시자'라고 말하는 동시에 '전형적인 과학이론의 창시자'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 위대한 과학이론은 그 위대함이 클수록 파격적이다. 인류의 역사에 오래도록 새겨진 과학이론들은 전부 인간의 이성과 인식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넘어선 이야기들이었다는 것이다. 사과나 별이나 모두 같은 법칙을 공유한다는 뉴턴의 법칙과 공간과 시간의 틀을 뒤엎은 상대성이론, 양자라는 기상천외한 입자가 물질의 근원이라는 것을 밝힌 양자역학, 생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옛날로부터 만들어지고 진화되어 왔다는 다윈의 진화론, 생명 또한 정보의 발현이라는 것을 밝힌 왓슨과 크릭의 DNA, 인간의 사고 자체도 정보처리의 구성물일 뿐이라는 인지과학까지, 모든 이론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던 때의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못할 만큼 기상천외하고 파격적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러한 파격성이 위대한 과학 이론의 전형적인 성질이라는 것이다. 파격성을 띠고 있지 않으면 과학이론은 위대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파격적인 이론이라고 꼭 위대한 이론이라는 것은 아니다(당연하다.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가진 이성과 인식의 한계는 세계의 진실을 표상하기에 턱없이 모자라기에, 정말로 진실성을 담고 있는 과학 이론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우리는 너무나 놀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위대한 이론이 위대한 이유는 그 이론이 정말로 '진실'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진실은 때론 우리의 인식의 대혼란을 가져올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리하자면, 과학이론에 따른 논쟁이 '문제적'일 수는 있지만 그 과학 이론 자체가 '문제적'일 수는 없다. 그에 따라서 과학자 자체도 '문제적'일리가 없다. 도킨스는 정말로 옳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방금 내가 한 말에서 또 발끈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고 생각한다. 먼 곳으로부터는 도킨스와 서로 극렬한 증오를 주고받고 있는 창조론자, 지적설계론자들로부터 비롯해, 도킨스 독설의 표적에 자주 잡히곤 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 환원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마치 나치의 망령이 되살아난것 처럼 치를 떠는 인문학자들, 같은 진화론자이면서도 이상하게 자꾸 도킨스와 투닥거리는 굴드파들, 그리고 도킨스의 비유법을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는 안티-도킨스주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미안하지만, 어떤 반대파들의 질문엔 대답할 가치가 없다. 특히 창조론자들의 주장이 그렇다. 창조론은 개똥이다. 또 다른 반대파들에게는 질문에 대답할 방도가 없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나 환원주의를 싫어하는 인문학자들에게 그렇다. 그들의 이론은 과학과 너무 괴리되어 있어서, 그들이 말하는 단어들을 과학적으로 반박하거나 논증할 어떤 방법도 없다. 예를 들어, 인문학자가 과학적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리비도'를 진화적 적응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뻗댄다면, 과학자는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책에서, 도킨스는 굴드의 이론을 '나쁜 시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렬한 비판을 가했다.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굴드의 이론은 정말로 나쁜 시상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굴드의 이론은 인종의 평등함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 분포가 아주 좁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만약 도킨스가 이 과학적 사실을 먼저 발견했다면, 무리하게 인종의 평등함을 강조하는 언변을 삼갔을 것이다. 만약, 인간 유전자의 분포가 엄청나게 넓다면, 그래서 인종간의 차이도 심하게 난다면, 그 때엔 인종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할 셈인가?

“그렇다면 도킨스는?” 도킨스의 언어습관이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도킨스의 과학은 나쁜 시상이 아닌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이론은 우리의 인간의 정신을 이토록 황폐화시키지 않았는가? 도킨스의 말에 따르면 유전자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도킨스의 말은 그것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좋은 시상이다. 사실 '이기적'이라는 단어의 뜻에 사람들이 오해할 법한 '가치적 의미'가 진하게 배어있기 때문에 도킨스 스스로도 나중엔 그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약간은 후회했다고 말했었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이라는 단어의 뜻이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그 단어의 뜻과 전혀 다른 단어라는 점이다. 유전자가 이기적인 것과 우리가 이기적인 것과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없으며, 도킨스의 '이기적'은 어떠한 가치적 의미도 지니고 있지 않은, 순수하게 과학적인 용어이다. 도킨스는 이러한 생각을 <이기적 유전자>에 몇쪽에 걸쳐서 분명히 밝혀놓고 있으며, 결국 도킨스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또는, 읽긴 읽었는데 이해하기에는 나의 머리가 딸린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아직까지 미심쩍어 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과학적 이론에서 '시상'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닌가? 과학은 완전히 엄밀한 과학적 용어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기적'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에 중립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할 지라도 결국 시적 비유이기 때문에 나쁜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진다면, 시상이 아닌 과학은 '물리학'밖에 남지 못한다. DNA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염기들, 그리고 염기를 이루는 분자들, 그리고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이 전자기적인 성질로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복제와 돌연변이와 정보교환이라는 개념은 결국 시상 아닌가? 진화는 개념은? DNA의 염기 배열이 바뀌고 전자기력으로 인한 분자 생성이 어쩌구 하면서 단백질이 복제되고 하는 물리학적으로 복잡한 현상을 단순히 '진화'라는 단어 하나로, 진화적 적응으로 어쩌구 표현형이 저쩌구하는 말로 대체해 버리는 시상 아닌가?

아니, 물리학 마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현대 물리학의 핵심인 양자역학은 물질의 '파동성'을 중요한 컨셉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사실 어떠한 과학자도 이 파동의 정체를 모른다. 그러니까 결국 파동이라는 것도 시상이다. 그것 뿐인가? 힘이라는 개념도 사실은 입자간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시상이다. 빛도 사실은 '가시광선'이라는 우리의 인식에서 출발한 개념이기 때문에 시상이다(그러므로 빛은 전자기파로 환원되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과학의 본질이다. 과학은 정말로 시적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본질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사실 저번에 <만들어진 신>을 읽었을 때처럼 이 책에서도 도킨스가 하는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못했으나(과학을 이해 못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난 회의적이다.) 이것 하나만은 완벽하게 동의할 수 있다. 그 표현이 진부하게 들릴 지라도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 진짜로 아름다운 비유법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다. 진짜로 감동적이지 않은가?

by 나비의일견식 | 2008/05/01 01:02 | 삶은 문화 | 트랙백 | 덧글(3)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몇 년 전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 내에 있던 리퍼런스를 참고하여 읽기 시작한 싱어의 책들이 현재까지 나에게 계속해서 '윤리적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었다. 그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검토하며 싱어를 반박하려는 시도를 했었으나, 나로서는 결국엔 싱어가 옳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현대사회에서 '윤리적으로 정당함'에 대한 최적의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바로 피터 싱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은 채식주의자로 살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그 생각은 먼 훗날에 '언젠간 해야지'라는 두루뭉술한 생각이었었고, 한국에서는 식당같은 곳에서 베지테리안을 위한 메뉴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데가 전무한 실정이라 미국에 유학을 가거나 했을 때부터 시작하려는 거였다. 근데 뭐 다들 아시다시피 먼나라 미국에서 우리나라 대통령님께서 일을 터뜨리셨고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나, 종교적인 입장 때문도, 건강상의 이유 때문도 아니고, 나 스스로가 윤리적으로 정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

'채식주의만이 윤리적이다'라는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하는 논변들의 반박

1. 사자도 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자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 없다. 혹은 인간은 원래 잡식을 하도록 진화되었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이다.

자연상태의 육식동물들은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윤리적 정당성을 따질 만한 지능이 없으며, 설령 있다 해도 윤리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할 수는 없다.
피터 싱어는 이런 주장을 하는 인간들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내는데, 왜냐하면 평소에는 인간의 존엄성이니 뭐니 해서 동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막상 윤리 문제를 걸고 나오니까 하는 주장이 '자연상태의 동물을 닮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는 다르다. 인간은 채식이라는 또 다른 선택이 있으며, 인간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살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현대의 빌딩숲에서 사는 인간은 어짜피 자연스럽지 않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산다면 남성의 살인과 전쟁과 강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용납하여야 할 것이다.

2. 식물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가? 식물도 고통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누구도 식물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의 '윤리적 고려'를 나누는 기준은 '고통의 유무'이다.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동물은 먹으면 안 되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식물은 먹어도 된다. 이 대목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손을 들고 하는 반박이 이 질문이다. 식물이 고통을 느끼는지 느끼지 않는지 어떻게 아는가?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는지 안느끼는지를 판별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행동적 유사성: 인간은 고통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그 부위를 빼거나, 신음소리를 내거나, 몸을 뒤틀거나 한다. 이러한 행동반응이 상대방에게 발견되면 그도 고통을 느낀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신경체계의 유사성: 인간에게 고통을 느끼게 해 주는 신경중추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는 신경중추가 상대방에게 존재한다면 그도 고통을 느낀다고 추론할 수 있다.
진화적 추론: 고통이 진화적으로 도움이 될 때는 '신체적 상해를 주는 상대에게 재빨리 도망갈 수 있을 때'만이다. 왜냐하면 도망을 갈 수 없을 때는 고통은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식물은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3. 채식을 함으로써 건강상에 지장이 초래되진 않을까?

다들 아시다시피, 동물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따위는 건강을 해치는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채식을 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채식을 통해 얻지 못하는 영양분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한다. 채식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영양분은 '거의' 없다. ('거의'라는 표현은, 사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뭐 비타민 B12나 칼슘 같은 거라는데. 아마 따로 이것들을 얻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피터 싱어의 추천 저작들

사회생물학과 윤리

사회생물학이란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개미학자의 책 제목이면서, 그 후에 리처드 도킨스와 그 후예들이 발전시킨 '진화심리학'의 원류격 되는 학문 분야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 책 후반부에 인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주장들을 잘못 수용한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많은 곤경을 받았다. 말하자면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차별을 정당화'해야한다고 잘못 이해된 사람이다. 피터 싱어는 사회생물학과 연관지어 윤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밝히는데, 원제인 'The Expanding Circle'j이라는 말처럼, 윤리적 기준의 범위는 시대가 흘러갈 수록 자꾸 확장되어 간다고 주장한다.








실천윤리학

피터 싱어의 핵심 주장인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혹은 주장해야만 하는) 여러 주제들을 다룬다. 처음에 읽으면 깜짝 놀랄 테지만, 이 책에선 안락사는 물론이고 낙태·유아살해도 특수한 경우엔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동물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말하자면 무조건 인간을 동물보다 우월하게 여기는 윤리적 기준은 배척되어야 하며, 아무리 인간이라도 아직 사고체계와 감각에 대한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유아보다 성숙한 동물을 더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해방

동물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실험실에 쓰이는 동물과 식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동물의 참상을 자세히 소개한다.













다윈의 대답 1 -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평등'을 최우선 과제로 추구하고 있는 피터 싱어는 좌파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모든 인간의 현상적 평등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던 과거의 좌파와는 달리 피터 싱어는 인간의 본성과 그 개체차이를 인정할 줄 안다. 더 나아가, 과거에 에드워드 윌슨과 많은 진화심리학자들이 받았던 오해의 근원인 '변하지 않는 본성'을 배격한다. 아마 '다윈주의적 좌파'라는 피터 싱어의 다른 저작도 있었지. (번역이 안 된 걸로 안다.)









죽음의 밥상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것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내용을 대충 예상할 수는 있다. 어쨌든 결론은, 우리가 '윤리'라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면, 우리의 밥상까지 고려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4/24 04:40 | 장난조로 길을 묻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MOT - Cold Blood





다수의 갈채는커녕 소수의 주목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이런 훌륭한 야동은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나라도 응원을 해 주자. 오직 하나의 목소리일 지라도 그것이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여전히 지구상엔 소수의 다수와 다수의 소수가 있다. 여전히 이 세상은 눈물이 날 정도로 광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직 힘이 있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4/18 05:23 | 내취향야동 | 트랙백 | 덧글(0)

젊은이들의 무관심

1. 내가 아는 가까운 여학생은 도통 정치에 무관심하다. 이명박이고 이회창이고 잘 모르고, 당연히 투표같은 건 건너뛴다. 단지 노는 날일 뿐이다. 난 그녀에게 “투표를 안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행위이며 너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포기했으므로 주절주절...” 따위의 말을 하지 못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성격'으로는 그녀나 나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2. 내가 아는 또 다른 여학생 역시 오늘 투표를 안 한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총선 결과를 지켜보며 분통터뜨리는 나에게 그녀는 장난스런 노랫말로 위로를 해 준다. 나는 웃을 수밖에 없다.

3. 내가 아는 형은 집이 멀어서 투표를 하지 못한단다. 부재자투표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그정도까지 내가 정치에 관심있는 게 아니란다. 난 그에게 더 이상의 추궁을 하지 못한다.

나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 나도 귀찮게 투표하러 집을 나서거나 하는 것이 싫다. 나도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보고 뭐라하지 못한다. 나도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젠 변명이 되지 못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죄를 저지르는 시대이다. 세상을 바꾸자거나 진보시켜 나가자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적어도 최악의 사태만은 막자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막지 못했다. 여러분의 한 표가 소중하다고 아무리 씨부려봤자, 나의 한 표는 정말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나는 '빨갱이'라는 거친 비난을 퍼부으신 우리 아버지의 어젯밤 훈시를 무릅쓰고 비례대표 진보신당에 한 표를 행사했으나, 진보신당은 결국 한 명의 국회의원도 내지 못했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4/10 01:49 | 장난조로 길을 묻다 | 트랙백 | 덧글(4)

58 - 신경무한루프

놀랍게도, 어느 은하의 건너편에서 '우주의 끝'이 발견되었다. '우주의 끝'에 최초로 도달한 위대한 우주인은 그 너머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 너머엔 또 다른 내가 있었습니다.”
 
사실 우주의 끝 너머에도 우주가 있으며 우리는 그 너머의 우주로 갈 수도 있다. 즉 우주는 무한하다.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무한하다. 중요한 점은, 그 너머에는 우리와 똑같은 우주가 또 존재한다는 점이며, 또 또 다른 우주는 우리 우주의 완벽히 복제된 상(像)이기 때문에 모든 은하계와 태양들, 행성들, 위성들과 모든 생명과 모든 의식적 존재와, 그리고 모든 '나'가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근접한 두 동일 우주는 평행이 아니라 대칭으로 정렬되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므로 일단은 '거울'에 비유해 보기로 하자. 우주의 끝에 다가서면, '나'는 '나'의 또 다른 존재를 볼 수 있다. 나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심지어 똑같이 생각하는 또 다른 나를! 우주의 끝이란 넓게 펼쳐진 평면이며 우리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이 우주의 끝이라는 평면을 바라본다. (하지만, 물리적 존재가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의 끝은 거울과 다르다.) 근접우주가 우리의 우주와 평행이라면 또 다른 나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정확히 우주의 길이만큼) 그 모습을 볼 수 없겠지만, 거울에 비유된 우주의 끝에서는 나는 대칭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주는 거울의 비유와 또 다른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거울의 비유는 단지 여러분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비유였을 뿐이고, 결정적으로 우주의 끝과 거울이 다른 점은, 거울은 단지 선대칭으로 우리의 세계를 투영할 뿐이지만, 우주의 끝엔 놀랍게도 '우주의 중심'이 존재하고, 근접된 두 우주는 그 우주의 중심에 대해 점대칭이라는 점이다. 거울과는 달리 '나'는 우주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 '나'의 또 다른 존재를 볼 수 있다. 반대방향으로 서 있는 나를. 왜냐하면, 우주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근접우주의 또 다른 나는 우주의 중심과 점대칭인 반대방향으로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우주의 나와 저 우주의 나는 서로의 복제물이나 상(像)이 아니라 동일한 존재임이 물리학적으로 증명되었고, 그러므로 나의 행동과 생각은 저쪽 나의 행동과 생각과 한 치의 시간적 오차도 없이 그대로 동작한다. 우주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저쪽에서부터 가까이 다가오는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으며, 우주의 중심이 존재하는 곳에 손바닥을 내밀면 저쪽 나도 손바닥을 내밀며 우리는 손바닥을 마주칠 수 있다(물론, 거울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서서 반대방향의 손바닥을 마주친다.)
 
이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의 모든 물리학의 발견들을 통틀어봐도 인과적 관계로 연결되지 않고 순수하게 두 장소에서 동시적으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보고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인과론'이라는 철학적 명제와 함께 '동시론'이라는 개념이 급속히 부상했으며, 실험물리학자들이 우주의 중심에 모여들어 동시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험해 보고 있다. 나 또한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놀라운 실험을 계획하고 우주의 중심으로 날아갔다. 실험의 개요는 '동시론'적으로 발화되는 뉴런의 무한루프를 만들어서 의식이 무한히 반복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실험도구로는 나와 나의 뇌로 충분했다.
 
우주의 중심에 근접하자 저쪽의 또 다른 내가 접근해 왔다. 나는 우주의 중심에 눈을 고정하고(그러자 또 다른 나 또한 그렇게 했다), 내 뇌의 신경세포의 한 가닥을 미리 준비된 '저쪽 나'의 뇌의 소켓에 꽂았다.
 
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혹자는 이 물리학자의 무모한 실험을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에게 “이 소원을 들어주지 마시오!”라고 외치는 격'이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는 것이 의미없는 일이 되어 버렸으며, 그의 유아론적 우주 또한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by 나비의일견식 | 2008/03/29 18:50 | 나의 픽션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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